도가니는 '사회적 약자의 연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역설한다.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시종일관 창피했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옆에서 울고있는 여성분을 보며 죄스럼움을 느껴야 했다. 5천만원을 바치는 장면, 교육청장면, 경찰의 뇌물수수 장면, 법정장면에선 너무 불편했다.
투쟁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 됐다. ‘야간노동 철폐’하자는 노사합의를 지키라는 파업에, 현대기아차 그룹이란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연인원 수만명의 경찰을 동원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가하고, 그렇지만 가해자는 조사한번 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구속 된 유성기업, 시민의 세금 157억을 들여 지은 노인요양시설인 청주시립노인전문병원에서 근로기준법 좀 지키자고 했다가 해고당한 간병노동자... 아동보육시설에서 연월차 요구하다 시설폐쇄 당할 뻔 했던 충북희망원 아이들... 참교육 지지하는 정당에 후원했다 중징계를 받은 전교조 선생님들... 무수히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소위 기득권 세력에게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장애복지시설 뿐만 아니라 아동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일반 사기업에 이르기 까지 이들의 행태는 똑같다. 시설 또는 기업이 전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란 것을 부인한다. 오로지 자신의 선친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만든 사유재산일 뿐이다.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원장을 물려주고, 둘째가 행정실장을 이어받고, 이복동생이 기숙사 사감이란 요직을 차지하는 일은 비단 이 일족만의 일은 아니다. 일상적인 자본주의 모습이다. 이들의 전횡 앞에 밥줄과 생명줄이 걸린 노동자, 시설생들은 고양이 앞의 쥐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돌봐야 할 시설의 장애아, 고아, 부랑아, 노인들을 정부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보지 못한다. 그 시설안에서, 기업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거둬 주지 않으면 굶어죽은 봉건시대 종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그런 이들의 공통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모든 시설, 기업의 장은 당연히 그 지역 잘나가는 교회의 장로 직함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시 도 군의 청소년 선도위원 정도 되는 직함도 갖고 있고,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가기 바쁘다. 이들의 이사회에는 항상 그 지역의 대표하는 정치가, 교회 목사 또는 신부님이 계시다. 또한 이들은 행정관청 담당자와 보조금을 가지고 뒷거래를 하며 호형호제하기 일쑤이며, 도가니에서 처럼 문제가 심각한 곳은 경찰과도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한다. 사회 지도인사로 언론, 검경 등 높은 분들과 골프 회동도 하고, 그러다 친밀한 관계가 되고 서로 한통속이 되어간다. 문제가 터지면 자신들 기득권 세력안의 인물들을 이용해 관청을 압박하고, 언론을 무마시키고, 신도들을 내세워 주님앞에 무죄를 주장하고, 법정에선 전관예우라는 썩어빠진 법조계의 똥수세미로 법망을 피해나간다.
감독은 도가니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을까? 불편한 진실을 맛만 보라며 던졌을까? 어차피 너희들은 기득권 세력의 포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패배자이니 인정하고 죽어살라고 이야기했을까?
공유가 죽은 사내아이의 사진을 들고 물대포를 맞으며 빙빙 주변을 돌아본다. 난 정말이지 그때 주변의 시민들이 나서서 공유의 편에 서서 함께 싸워줄거라 믿었다. 그러나 감독은 냉철했다.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완벽히 패배했다.
감독은 이렇게 질문 한다.
“2005년엔 당신들이 외면해서 진실은 왜곡됐고, 그 아이들은 패배자였다. 지금 2011년에도 똑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2011년은 달랐다. 영화를 관람한 이들은 그 분노를 연대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다움아고라 청원부터 트윗을 통한 사회복지시설지원법률 개정 촉구, 경찰, 검찰, 재판부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결국 인화학원에 대한 재수사 방침 등을 이끌어 냈다. 단순히 이 영화를 통해 분노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매개로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가 실현됐다.
이 단초는 희망버스에서 시작됐다. 조남호 회장이 국감장에 섰다. 명망가 국회의원 몇몇 때문이 아니다. 4차에 걸쳐 수만명이 자신의 돈을 들여가며 김진숙을 살리고자 부산으로 향한 희망버스가 조남호를 국감장에 세웠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소외된 약자들의 연대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오늘 충남도경 앞에서는 10여명의 동료를 감옥에 보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가해자인 유시영사장을 처벌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주시청 앞에는 청주시내 다섯군데 병원을 족벌운영하는 청주시립요양병원 효성노인병원에서 해고된 간병노동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을 쳤다. 보름이 넘게 해고된 선생님은 충북도교육청 앞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분노의 도가니를 넘어 연대의 도가니로 함께 할때 세상은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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