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전피해에 대한 정확한 보도가 전무합니다. 또한 일본 국민들의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보도도 간헐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MB는 핵안보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유수의 우리나라 언론이 꺼려하는 일본 원전사태를 심층 취재하기 위해 일개 인터넷언론 기자가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피폭에 대한 우려, 숙소와 언어 등의 장벽을 뒤로 하고 홀홀 단신 일본으로 건너간 정재은 미디어충청 기자의 글을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원문은 아래를 누르시면 볼수 있습니다.
“방사능 걱정 안하지만, 후쿠시마는 안 가겠다”
[동일본 대지진 1년, 현장을 가다] 도쿄 도심에서 원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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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는 도쿄를 대표하는 3대 부도심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 상업지구의 하나다. [사진총괄 : 도영, 정재은] |
일본 도쿄도의 신주쿠구. 규모는 더 크지만 한국의 광화문, 명동과 비슷하다.
신주쿠는 신주쿠역과 그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거리를 말한다. 시부야, 이케부쿠로와 더불어 도쿄를 대표하는 3대 부도심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 상업지구의 하나다. 신주쿠역은 매일 200만명 가량의 승객이 오갈 정도다.
이중 신주쿠역 동쪽은 오래된 백화점이나 쇼핑몰, 음식점 등이 밀집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신주쿠역에서 나선 일본인들의 만남의 장소인 스튜디오 '알타' 건물 앞 작은 공원에 수많은 이들이 서성인다.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 이 공원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을 외치는 집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22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도쿄 번화가의 사람들은 원전 사고 1년이 지난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22일 도심 한 가운데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본다.
후쿠시마서 떨어진 도쿄 도심서 만난 사람들,
“특별한 이유 없지만 방사능으로부터 안심”...후쿠시마 방문은 글쎄?
일본 정부 사고 수습 선언에도 방사능 위험 걱정
핫스팟 지역, 성별, 나이 등에 따라 의견 분분
익명을 요구한 21세 회사원 A씨는 알타 스튜디오 앞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를 뒤덮고 있는 '방사능 공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나는 원자력발전소 인근 출신인데, 방사능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살았던 후쿠이현은 총 52기 일본 원전 가운데 13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다.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안심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안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에 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후쿠시마에 가본 적은 없지만 방사능 위험이 심각한 지역에 간다면 걱정이 된다"며 선뜻 가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은 잘 모르지만, 도시인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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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에서 나선 일본인들의 만남의 장소인 스튜디오 '알타' 건물 앞 작은 공원에 수많은 이들이 서성인다. |
스튜디오 '알타' 앞의 방사능 수치. 0.180 마이크로 시버트(μSv/h)를 가리킨다. |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물건 판매 가게가 즐비한 신오오쿠보 지역(도쿄 한인타운)은 수많은 일본인이 한국과 만나는 곳이다. 신주쿠역과 근접해 쇼핑몰, 유흥가 골목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번화가의 일부다.
이곳 호떡가게 앞에 줄지어 서있던 야마가타현(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11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도시)에 사는 10대 학생 B씨는 "작년에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이 위험해 병에 걸릴까 봐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게 됐다"며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정보가 나오면서 음식 먹는 것 등이 꺼려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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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살고 있는 후지와라(23세) 씨는 "방사능은 무섭지만 후쿠시마 원전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며 "원전 사고와 관련된 소식은 TV와 인터넷으로 접하는 데 일본 정부가 정보를 늦게 공개하는 것 같다"는 평소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사고 발생 10개월 만에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사고 수습' 선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로 이사 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안 가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후쿠시마로부터 멀리 떨어진 가나가와현(도쿄 서쪽에 위치)에 살고 있는 가즈메(44세) 씨, 가즈에(44세) 씨 역시 '방사능 공포'는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나이'를 들었는데, 아이들보다 어른이 방사능 영향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한국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궁금하다고 도리어 물던 가즈메 씨는 "방사능 위험에 대해 오버해서 반응하거나 보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남편은 농민들의 삶이 걱정되어 후쿠시마산 야채를 먹으라고 한다.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정보 중 유언비어도 있기 때문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가족들은 걱정이 많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사고 1년이 지난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경계구역과 계획적 피난구역에 대해 방사성 물질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과 피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일을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꼽기도 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이들은 "지금과 같이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면 원자력발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지만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가동시켜도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2년가량 생활한 한국인 이주노동자 김재년(26세) 씨는 "나는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오사카로 피신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 다시 일본으로 취업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 수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10시간씩 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그는 "한국, 일본 모두 청년실업이 심각하지만 일본에 외국인(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직업은 비교적 갖기 쉽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일본에 취업하러 온다"며 "하지만 사고 이후 일본에서 일하던 한국인뿐만 아니라 유학생 등도 한국으로 많이 돌아갔다"고 전했다.
김 씨는 "3.11 사고 이후 지진보다 방사능 문제가 심각한데, 사고 직후 이렇게 시끌벅적 하던 신오오쿠보 거리도 조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김 씨는 "1년이 지나 이 거리에 손님이 다시 늘었지만, 지금도 방사능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없을 것이다"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를 버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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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오쿠보 지역(도쿄 한인타운) |
일본 탈핵단체 민들레회(탄포포샤, No Nukes Plaza Tokyo) 야나기다 대표는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위험에 대한 생각은 지역마다 다르다”며 “특히 방사선량이 국지적으로 높은 ‘핫스팟(hotspot)’ 지역이냐 아니냐, 여성이냐 남성이냐, 아이를 키우는 엄마냐 미혼이냐 등에 따라 대답이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고 1년이 지났지만 일반적으로 도쿄 등 수도권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방사능 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특히 성인 남성과 학생들은 언론이 방사능 문제가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보도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근거 없이 안전만 강조하는 일본 정부와 편향적인 언론 보도가 그 원인이다”고 해석했다.
*통역 : 일본노동넷 야스다 씨
“후쿠시마 아이들 위한 병원, 우리가 짓자”
[동일본 대지진 1년, 현장을 가다](2) 정부 투자 병원 불신 높아... 대학생도 나서
3.11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건강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었는지 알 수 없으며, 전문가들조차 방사능 유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선에 더 민감한 어린이, 학생, 임산부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해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지난 17일 후쿠시마현에서 도쿄 등 수도권으로 방사능을 피해 전학 온 초중학생 300여명이 국회의사당을 찾아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나요?”, “우리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나요?”, “간 나오토 총리, 모든 원전을 즉시 멈춰 세워주세요”라고 항의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 등은 대기중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피난구역으로 지정한 원전 주변지역 외의 거주자에 대해서는 피난 경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1일 일본 정부가 ‘불안 조장’ 등 이유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어린이의 갑상선 추가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미디어충청>은 24일 오후 후쿠시마 역에서 방사능 유출에 따른 건강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은 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 주며 후쿠시마현에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 1년 지나도 바뀐 거 없다"
[인터뷰] 대학생 이케다 마유미(24세) 씨
무슨 내용의 선전전, 서명운동을 하고 있나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건설을 위해 목표 3억엔(한화 42억원 가량)을 모으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 히로시마 지역 일부 의사들과 함께 이 운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의대에 후쿠시마현과 정부 예산(1천억엔)으로 방사능 연구시설, 연구실험시설 등 5개의 의료센터가 만들어진 계획이라고 작년 9월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부흥계획의 하나로 후쿠시마 의대는 향후 방사선 의료의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아이들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가 후쿠시마 의과 대학에 30억엔 가량 투자해 방사능에 유출된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병원은 후쿠시마현 주민과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자, 피폭된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 아니다. 주민과 피해자들을 모르모토(실험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와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의사, 전문가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용서할 수 없다. 후쿠시마 어린이들과 우리의 건강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 정작 필요한 병원 건설에는 정부가 돈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모금해서 짓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투자해 짓는 병원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 같다. 방사능의 위험에 대한 입장은 전문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지역은 특히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역 아닌가
후쿠시마현 의사들이 아니고 히로시마, 나가사키 지역의 방사능과 이에 따른 피폭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 의사들이 일부러 후쿠시마에 와서 병원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후쿠시마 지역 의사들이 만드는 게 당연한 데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방사능은 안전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병원을 건설하는가? 필요 없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이후 분명히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3.11 원전 사고 직후 원전으로부터 50km 떨어진 후쿠시마 주변에서 이유 없이 코피를 쏟아내는 아이들이 발생하는 등 방사능 재앙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사고 1년인데, 후쿠시마현 주민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떤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현재 아이들은 코피를 쏟아 내거나 설사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걱정하고 있다. 심지어 심장병이 발생했다고 하기도 한다. 때문에 엄마들이 걱정해서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의사들이 방사능과 관련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한다. 정부에서 방사능 수치에 관한 기준을 정했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 피폭 관련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입장이 분분하고, 일반 의사들은 방사능 유출에 따른 건강 위험도를 더 모르기도 한다. 그래도 증상은 나타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이 무엇을 믿어야 하는 지 하나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들이 믿을 수 있는 전문적인 병원을 찾고, 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 일본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말인가
맞다. 개인과 단체들이 나서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거의 다 방사능에 대해서 반대한다. 핵발전에 반대 입장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부뿐이고, 시민들은 다 걱정하고 있다. 또, 정부가 하는 것은 아이와 임산부에게 40만엔 가량, 다른 사람들에게 8만엔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게 전부이다. 정부 배상금이 모두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배상금을 받는 사람들도 우리 목숨이 그렇게 싸냐고 화내고 있다.
거리로 나와 매일 활동하고 있는가? 어느 지역 대학생들인가?
거의 매일 나와서 선전전, 모금운동,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교토대학, 히로시마대학, 후쿠시마대학 등 다양한 지역의 대학생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탈핵 운동 단체인가?
우리 대학생 모임은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3.11 사고 이후 ‘전학련후쿠시마현지행동대’를 구성해 탈핵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탈핵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학교 안에서 선전 활동을 하고, 핵발전을 찬성하는 교수들에게 항의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행동을 소개해 달라
선전물에도 있지만 2월 8일 <후쿠시마민보>에 후쿠시마 대학이 ‘방사선을 위한 종합 연구소’와 연계 협정을 체결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13일에 후쿠시마 대학에서 협정 체결식이 있었다. 이 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년간 100미리시버트(mSv) 이하 피폭이라면 큰 일이 아니라고 계속 선전했던 기구이다. 이 연구소는 문무과학성이 소관하는 독립행정법인이고 어용학자들이 모이고 있다. 연구소가 이번 후쿠시마 대학과의 연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방사능 오염에 대한 후쿠시마 민중의 분노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원전 재가동 강행하고 원전 수출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대학을 거점으로 방사능 안전 캠페인을 하는 것은 절대 인정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후쿠시마 대학은 작년 7월, 핵연료사이클 핵무장 정책을 담당하는 JAEA(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방사능 제염 분야에서 연계 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번에 방사선을 위한 종합 연구소와의 협정이 있다. 이젠 후쿠시마 대학 캠퍼스에 원자력발전 반대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시 학교측은 JAEA와의 협정 때도 학교측의 입장을 설명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입장을 학장에게 전달하려고 갔지만 학교 실무자가 나와 그에게 전달했다. 대학생들이 탈핵 운동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큰 힘으로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저지하고 모든 원전을 폐로해야 한다.
3.11 사고 이후 1년을 돌아보니 어떤가
정부는 원전 사고는 이제 다 끝났다고 한다. 왜냐면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으로 무슨 대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1년이 지나서 정부는 더 할 게 없다고 한다. 정부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었는지 알 수 없으며, 전문가들조차 방사능 유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선에 더 민감한 어린이, 학생, 임산부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해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지난 17일 후쿠시마현에서 도쿄 등 수도권으로 방사능을 피해 전학 온 초중학생 300여명이 국회의사당을 찾아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나요?”, “우리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나요?”, “간 나오토 총리, 모든 원전을 즉시 멈춰 세워주세요”라고 항의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 등은 대기중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피난구역으로 지정한 원전 주변지역 외의 거주자에 대해서는 피난 경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1일 일본 정부가 ‘불안 조장’ 등 이유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어린이의 갑상선 추가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미디어충청>은 24일 오후 후쿠시마 역에서 방사능 유출에 따른 건강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은 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 주며 후쿠시마현에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 1년 지나도 바뀐 거 없다"
[인터뷰] 대학생 이케다 마유미(24세) 씨
무슨 내용의 선전전, 서명운동을 하고 있나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건설을 위해 목표 3억엔(한화 42억원 가량)을 모으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 히로시마 지역 일부 의사들과 함께 이 운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의대에 후쿠시마현과 정부 예산(1천억엔)으로 방사능 연구시설, 연구실험시설 등 5개의 의료센터가 만들어진 계획이라고 작년 9월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부흥계획의 하나로 후쿠시마 의대는 향후 방사선 의료의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아이들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가 후쿠시마 의과 대학에 30억엔 가량 투자해 방사능에 유출된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병원은 후쿠시마현 주민과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자, 피폭된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 아니다. 주민과 피해자들을 모르모토(실험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와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의사, 전문가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용서할 수 없다. 후쿠시마 어린이들과 우리의 건강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 정작 필요한 병원 건설에는 정부가 돈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모금해서 짓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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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역 [사진총괄 : 도영, 정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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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역 인근서 학생들이 서명을 받고 있다. |
정부가 투자해 짓는 병원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 같다. 방사능의 위험에 대한 입장은 전문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지역은 특히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역 아닌가
후쿠시마현 의사들이 아니고 히로시마, 나가사키 지역의 방사능과 이에 따른 피폭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 의사들이 일부러 후쿠시마에 와서 병원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후쿠시마 지역 의사들이 만드는 게 당연한 데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방사능은 안전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병원을 건설하는가? 필요 없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이후 분명히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3.11 원전 사고 직후 원전으로부터 50km 떨어진 후쿠시마 주변에서 이유 없이 코피를 쏟아내는 아이들이 발생하는 등 방사능 재앙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사고 1년인데, 후쿠시마현 주민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떤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현재 아이들은 코피를 쏟아 내거나 설사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걱정하고 있다. 심지어 심장병이 발생했다고 하기도 한다. 때문에 엄마들이 걱정해서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의사들이 방사능과 관련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한다. 정부에서 방사능 수치에 관한 기준을 정했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 피폭 관련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입장이 분분하고, 일반 의사들은 방사능 유출에 따른 건강 위험도를 더 모르기도 한다. 그래도 증상은 나타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이 무엇을 믿어야 하는 지 하나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들이 믿을 수 있는 전문적인 병원을 찾고, 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 일본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말인가
맞다. 개인과 단체들이 나서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거의 다 방사능에 대해서 반대한다. 핵발전에 반대 입장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부뿐이고, 시민들은 다 걱정하고 있다. 또, 정부가 하는 것은 아이와 임산부에게 40만엔 가량, 다른 사람들에게 8만엔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게 전부이다. 정부 배상금이 모두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배상금을 받는 사람들도 우리 목숨이 그렇게 싸냐고 화내고 있다.
거리로 나와 매일 활동하고 있는가? 어느 지역 대학생들인가?
거의 매일 나와서 선전전, 모금운동,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교토대학, 히로시마대학, 후쿠시마대학 등 다양한 지역의 대학생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탈핵 운동 단체인가?
우리 대학생 모임은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3.11 사고 이후 ‘전학련후쿠시마현지행동대’를 구성해 탈핵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탈핵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학교 안에서 선전 활동을 하고, 핵발전을 찬성하는 교수들에게 항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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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마유미 씨 |
구체적인 행동을 소개해 달라
선전물에도 있지만 2월 8일 <후쿠시마민보>에 후쿠시마 대학이 ‘방사선을 위한 종합 연구소’와 연계 협정을 체결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13일에 후쿠시마 대학에서 협정 체결식이 있었다. 이 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년간 100미리시버트(mSv) 이하 피폭이라면 큰 일이 아니라고 계속 선전했던 기구이다. 이 연구소는 문무과학성이 소관하는 독립행정법인이고 어용학자들이 모이고 있다. 연구소가 이번 후쿠시마 대학과의 연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방사능 오염에 대한 후쿠시마 민중의 분노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원전 재가동 강행하고 원전 수출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대학을 거점으로 방사능 안전 캠페인을 하는 것은 절대 인정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후쿠시마 대학은 작년 7월, 핵연료사이클 핵무장 정책을 담당하는 JAEA(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방사능 제염 분야에서 연계 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번에 방사선을 위한 종합 연구소와의 협정이 있다. 이젠 후쿠시마 대학 캠퍼스에 원자력발전 반대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시 학교측은 JAEA와의 협정 때도 학교측의 입장을 설명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입장을 학장에게 전달하려고 갔지만 학교 실무자가 나와 그에게 전달했다. 대학생들이 탈핵 운동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큰 힘으로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저지하고 모든 원전을 폐로해야 한다.
3.11 사고 이후 1년을 돌아보니 어떤가
정부는 원전 사고는 이제 다 끝났다고 한다. 왜냐면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으로 무슨 대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1년이 지나서 정부는 더 할 게 없다고 한다. 정부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최악의 상황 적용하고, 먹어라, 안심하다?
[동일본대지진 1년, 현장을 가다](3) 방사능 ‘0 베크렐’ 후쿠시마 야채 카페
후쿠시마역에서 동쪽으로 복잡한 골목을 지나면 방사능 0 베크렐(Bq) 농산물 가게인 ‘야채카페 하모르’를 만날 수 있다.
700~800여명이 회원이 활동하는 ‘후쿠시마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네트워크’가 주도해 만든 하모르는 3.11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생겼다. 원전 사고 이후 식품에서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자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현산 농산물의 방사능 오염이 문제이며, 유통식품에 대한 방사선량 표시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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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는 하모르는 무농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원전 사고로부터 멀리 떨어진 서일본 지역 농민들로부터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또, 하모르는 농산물 판매 외에도 주민들이 모여 대화하는 장소이며, 참치요리 교실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카페에서 만난 사이토 아케미(44세) 씨는 사고 이후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민들이 카페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도 농산물을 사러 온 손님부터 상담하러 온 주민까지 15여 평의 가게가 북적거렸다.
아케미 씨 역시 초중학생 세 아이를 둔 엄마로 “사고 이후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소금을 태워서 야채를 그 소금물에 담갔다가 먹고 있다”며 “아이들이 설사를 하거나 구역질, 피부병이 나는 등 사고 이전 없었던 증상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현에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원전 주변 20km 내 계획적 피난 구역만 피해보상금이 지급되고, 먹고 살길이 막막해 이사 갈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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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에게 그냥 가져가라며 마스크를 건네는 아케미 씨 |
‘후쿠시마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네트워크’의 시민방사능측정소에서 활동하는 노부유키 아베 씨 역시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품을 사가지고 간다”며 “모든 야채가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게 아니지만 농산물이 동이날 때도 많다”고 전했다.
아베 씨는 주민들이 가게를 많이 찾는 이유에 대해 “원전 사고 발생 1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1년이 지났다, 지나지 않았다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이후 정부는 kg당 500베크렐 기준을 만들었는데, 처음에 시민들은 그 의미를 몰랐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한 수치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가게를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쿠시마시에서 0 베크렐 가게는 하모르 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일본 지역 등 타 지역에서 가지고 온 농산물에 방사능이 검출되면 농산물을 팔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이 믿기 때문에 이 가게에 오는 데, 많은 주민들과 상담하고, 방사능 측정활동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는 원전 사고 이전에 방사능이 섞여 있는 음식을 먹었을 것이다”며 “그러나 사고 이후 방사능이 현실로 나타났고,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씨는 “정부가 처음에 적용한 kg당 500베크렐 기준이라는 것은 먹을 것이 없고,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전쟁과 같은 최악의 상황 때 기준”이라며 “어떻게 사람들에게 그 기준을 적용하는 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반발심에서라도 우리가 측정하고,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공급하고 있다”며 “사실 어떤 음식에 어느 정도 방사능이 있는지 정확한 수치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밖에 없었고,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씨는 정부 대책에 대한 불만을 계속해서 말했다. 그는 “원전 사고 직후 정부는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고, 안전하다, 안심해라, 먹어라는 말만 했다”며 정부에 대한 “반발심과 불만이 높다”고 밝혔다.
안전한 먹거리를 먹는 문제와 동시에 후쿠시마현 농민들이 생계가 막막해진 현실에 대해 질문하자 아베 씨는 그 책임 역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측정하다보니 다른 지역 야채뿐만 아니라 후쿠시마산 야채도 0 베크렐은 있었다”며 “정부가 거짓말만 하니까 시민들이 후쿠시마산 야채는 안 먹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며 “사람들이 후쿠시마산 야채는 위험하는 소문을 퍼트려 먹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거짓말로 소문과 유언비어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정부가 방사능을 측정해서 수치를 발표하나 대부분 불검출이라고 한다. 1 베크렐이던, 2 베크렐이던 20 베크렐 이하면 불검출이라고 하기 때문이다”며 “이미 시민들은 정부를 안 믿는다. 그래서 시민들이 후쿠시마산 야채를 안 먹겠다고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