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란 내 자신이 지금 당장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런 일도지내놓고 보면 그때 그곳에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 세상일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우리 스스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다른 한편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
이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
-법정스님 (모든 것은 지나간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흔한 비유대로 병아리는 단단한 석회질 껍질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 마침내 미지의 두렵기 짝이 없는 새로운 세상에 나온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은 급작스레 다가오지만 이전의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다.
인간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민중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수많은 열사들이 자신의 몸을 바쳤고, 수많은 이들이 김근태 처럼 고문과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만큼의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도 그렇게 쟁취 돼 왔다. 반면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에 머무르는 이유는 어줍잖은 화해와 용서다. 김근태와 수많은 민주열사를 고문했던 이근안 같은, 아니 보다 본질적으로 총칼로 민중을 유린하고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같은 이들이 억울한 유령들의 통곡 속에서 호의호식하는 한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 일 뿐이다.
건설노조충남건설기계지부의 신기철지부장과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정환윤 조직부장이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소화기를 뿌려대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용역깡패들은 아직도 도시를 당당히 활보하고 있다. 이들의 뒤에서 260억원의 거금을 뿌려대며 노동자들을 짓밟던 유시영 사장일가는 지금도 노조를 깨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법이 최소한의 잣대로 법대로 폭력을 행사한 용역깡패들을 구속하고, 그 배후조정자인 유시영 사장을 사법처리라도 시켰다면 지금의 결과는 어찌 됐을까?
신기철, 정환윤, 그리고 유성기업 동지들의 투쟁은 허망한 투쟁이었나? 아니다. 친기업 정부라는 MB정부가 기만적이지만 야간노동 철폐를 이야기 하고, 자본에게 연장근로 축소를 강요하고 있다. 아니 창조컨설팅의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들고 결전을 벼르고 있던 수많은 민주노총 산하의 자본들이 유성기업 투쟁의 후과로 여전히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지금 유성기업 동지들이 무척이나 힘들게 투쟁하고 있지만, 역으로 유시영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패배다. 260억을 쓰고도 노조를 파괴하지 못했다. 해고자는 해고자이 돼 근로자 지위를 보전받는 26명에게 350-550만원의 임금마져 지불해야 하는 웃지 못한 상황에도 처해 있다.
지금도 어용노조가 과반수를 넘지 못해 민주노조 조합원 1인당 3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현장에서 조합원 쟁탈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아마 지금 유시영은 ‘발레오전장 사례를 맹신하지 말것’이란 현대차의 조언을 들을 걸 하며 땅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던져진 주사위, 쏘아진 화살을 되돌릴 수 없기에 노조파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이런 유성기업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자본의 심장은 서늘 할 수 밖에 없다.
신기철로 대표되는 건설노동자들의, 정환윤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총 충남지역의 노동자들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연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 앞서 세원테크 노동자들의 투쟁에 온몸을 던져 투쟁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연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다른 한편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 이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는 법정스님의 말 처럼 우리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헌신적인 연대는 야간노동 철폐라는 민주노조 사수라는 새로운 열매를 맺게 했다.
신기철, 정환윤.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한 씨앗이었음을, 삼년의 세월 잊혀 지지 않고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미안해 하지 말고 그들이 나왔을 때 야간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민주노조 사수의 열매를 선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동지들을 처절한 고통속에 몰아넣은 유시영, 정몽구, 이명박을, 그리고 하찮은 용역깡패 나부랭이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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