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총파업 6] 1987년 이전 H 중공업
1987년 이전 H 중공업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눈꺼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체 새벽 6시 오토바이를 타고 정문을 통과한다. 정문에는 해병대, 특전사를 나온 180이상의 건장한 경비들이 바리깡을 든 체 노동자들을 주시한다. 일명 상고머리, 혹여 라도 몰래 머리를 기른 노동자가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바리깡으로 머리 한가운데 고속도로를 낸다. 눈물을 흘리며 두 가지 고민에 빠진다. ‘내가 한 대 치고 때려치워? 밥 빌어먹는데 이런 엿 같아도 참아야지’ 결국 눈물을 흘리며 공장안으로 스며든다.
마누라한테 쪽팔리지 않게 밤 11시 퇴근하며 문 닫은 이발소를 두드려 머리를 깎고 집에 들어간다.
검문검색과 몸수색, 복장 검사, 조인트 까기는 일상이다. 관리자와 생산직은 식당도 분리 되어있다. 노동자의 자존심? 정문을 통과할 때 동네 개새끼한테 주고 왔다.
이놈의 공장 한 달 600시간 하루 평균 20시간을 주말 휴일도 없이 일한다. 휴식은 월1회 겨우 보장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 세계에서 가장 큰 배를 만들고 있다.
1986년 12월 31일.
성과상여금이 나온다. 인사고과에 따라 100%에서 300%까지 차등지급이란다. 이런 제길 내 봉투가 100% 짜리다. 내 인사고과를 매긴 0과장 새끼 죽여버릴거다. 관리동에 쫓아갔지만 관리동은 모두 퇴근하고 문이 닫혀 있다. 주변에 있는 의자 집어 던지고 온갖 욕을 하고 나온다. 분이 풀리지 않는다. 퇴근길 쐬주한잔 하며 집에 들어가려니 마누라 얼굴보기 쪽팔리다. 뻔히 사원아파트 아주머니들 사이에 성과상여금 300%로 알고 있을 텐데……. 300% 챙겨든 동료에게 100%만 꿔 달라 한다. 200% 봉투 만들어 마누라한테 던져준다. “어? 300% 아니야?” “100% 받은 놈들이 더 많아. 난 그나마 중간이야” 하고 잠자리에 든다.
1987년 1월 1일.
생각 할수록 괘씸하다. 0 과장 새끼. 내가 일을 못한 게 뭐가 있어? 아오! 이 새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 나냐? 오늘도 열 받아 낮술이다.
1월 2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나는 100%이고, 바로 앞에서 일하는 *씨는 300%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씨보다 일을 훨씬 잘하는데? 빠릿빠릿하고? 도대체 이유가 뭐지?
결론은? 내가 경상도 사나이 아니가? 빠릿빠릿 일 잘하면 됐지 뭐 관리자 앞에서 살랑살랑 거려쌓나? 대학 나왔다고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대리 놈한테 굽실굽실할 필요가 뭐 있나? 에이 *씨 하여간 관리자들 앞에서 살랑 살랑 거리더니 이런 제기랄 이다.
아오! 열 받는다. 오늘도 낮술이다.
1월 3일
년 초 임금인상이 결정된다. 87년 기준으로 입사 4년 차 내 시급이 670원이다. 기본급은 한 달 160,800원인데 임금인상도 쓰벌 차등인상이다. 그놈의 인사고과인지 뭔지에 다라 20원~50원 사이에서 차등인상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달이 임금인상이 결정되는 달이구나.
이틀 푹 술에 절었으니 말끔히 씻고, 집을 나선다. 한손에는 쇠고기 한 근, 한손에는 정종을 사들고 0과장 집으로 향한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경비들을 몰아내고 두발자유화를 쟁취했다. 월 1회 휴무를 쟁취했고, 하루 12시간 노동을 쟁취했다. 임금을 자그마치 30%, 그것도 전 노동자가 어떤 차이도 없이 인상했다. 연말 성과급 역시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됐다. 현장은 단일 호봉제가 시행됐다. 반장 자동승진을 쟁취했고 인사고과를 폐지시켰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우리의 시계를 1987년 이전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충북 노동계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재은폐 에버코스 사망사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0) | 2015.09.01 |
---|---|
민주노총 충북본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총파업 대회 열어 (0) | 2015.07.20 |
[민주노총 총파업 5] 노동시장구조개악! 민주노총 총파업이 답이다. (0) | 2015.06.19 |
[민주노총 총파업 4] 저성과자 해고, 직무성과급, 임금피크! 민주노조 말살 노려 (0) | 2015.06.19 |
[민주노총 총파업 3] 소득불평등! 선진자본국들 최저임금 인상, 부자증세로 돌파 (0) | 2015.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