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노동계는

[민주노총 총파업 6] 1987년 이전 H 중공업

해적70 2015. 6. 19. 17:53

 [민주노총 총파업 6] 1987년 이전 H 중공업


1987년 이전 중공업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눈꺼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체 새벽 6시 오토바이를 타고 정문을 통과한다정문에는 해병대특전사를 나온 180이상의 건장한 경비들이 바리깡을 든 체 노동자들을 주시한다일명 상고머리혹여 라도 몰래 머리를 기른 노동자가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바리깡으로 머리 한가운데 고속도로를 낸다눈물을 흘리며 두 가지 고민에 빠진다. ‘내가 한 대 치고 때려치워밥 빌어먹는데 이런 엿 같아도 참아야지’ 결국 눈물을 흘리며 공장안으로 스며든다.

마누라한테 쪽팔리지 않게 밤 11시 퇴근하며 문 닫은 이발소를 두드려 머리를 깎고 집에 들어간다.


검문검색과 몸수색복장 검사조인트 까기는 일상이다관리자와 생산직은 식당도 분리 되어있다노동자의 자존심정문을 통과할 때 동네 개새끼한테 주고 왔다.

이놈의 공장 한 달 600시간 하루 평균 20시간을 주말 휴일도 없이 일한다휴식은 월1회 겨우 보장된다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세계에서 가장 큰 배를 만들고 있다.

 


1986년 12월 31.

성과상여금이 나온다인사고과에 따라 100%에서 300%까지 차등지급이란다이런 제길 내 봉투가 100% 짜리다내 인사고과를 매긴 0과장 새끼 죽여버릴거다관리동에 쫓아갔지만 관리동은 모두 퇴근하고 문이 닫혀 있다주변에 있는 의자 집어 던지고 온갖 욕을 하고 나온다분이 풀리지 않는다퇴근길 쐬주한잔 하며 집에 들어가려니 마누라 얼굴보기 쪽팔리다뻔히 사원아파트 아주머니들 사이에 성과상여금 300%로 알고 있을 텐데……. 300% 챙겨든 동료에게 100%만 꿔 달라 한다. 200% 봉투 만들어 마누라한테 던져준다. “? 300% 아니야?” “100% 받은 놈들이 더 많아난 그나마 중간이야” 하고 잠자리에 든다.

 

1987년 1월 1.

생각 할수록 괘씸하다. 0 과장 새끼내가 일을 못한 게 뭐가 있어아오이 새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 나냐오늘도 열 받아 낮술이다.


1월 2.

곰곰이 생각해 본다왜 나는 100%이고바로 앞에서 일하는 *씨는 300%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씨보다 일을 훨씬 잘하는데빠릿빠릿하고도대체 이유가 뭐지?

결론은내가 경상도 사나이 아니가빠릿빠릿 일 잘하면 됐지 뭐 관리자 앞에서 살랑살랑 거려쌓나대학 나왔다고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대리 놈한테 굽실굽실할 필요가 뭐 있나에이 *씨 하여간 관리자들 앞에서 살랑 살랑 거리더니 이런 제기랄 이다.

아오열 받는다오늘도 낮술이다.


1월 3

년 초 임금인상이 결정된다. 87년 기준으로 입사 4년 차 내 시급이 670원이다기본급은 한 달 160,800원인데 임금인상도 쓰벌 차등인상이다그놈의 인사고과인지 뭔지에 다라 20~50원 사이에서 차등인상 된다그러고 보니 이번 달이 임금인상이 결정되는 달이구나.

이틀 푹 술에 절었으니 말끔히 씻고집을 나선다한손에는 쇠고기 한 근한손에는 정종을 사들고 0과장 집으로 향한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경비들을 몰아내고 두발자유화를 쟁취했다월 1회 휴무를 쟁취했고하루 12시간 노동을 쟁취했다임금을 자그마치 30%, 그것도 전 노동자가 어떤 차이도 없이 인상했다연말 성과급 역시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됐다현장은 단일 호봉제가 시행됐다반장 자동승진을 쟁취했고 인사고과를 폐지시켰다.

 

2015

박근혜 정부는 우리의 시계를 1987년 이전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